매일매일이 스펙터클하지만 그 모습 또한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이기에 최선을 다해봅니다.
일상이 늘 쳇바퀴 돌아가듯 해 보여도 어느새 부쩍 자란 것 같은 아이의 성장한 모습에 새삼 놀랄 때도 있고, 성장하는 속도에 아주 조금은 서운할 때도 있어요. '빨리자라라~' 하는 마음과 '조금만 천천히 자라라~' 하는 마음이 동시에 드는 이상한 기분. 아이 키우는 분이라면 누구나 느낄 그런 감정을 저 또한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지지고볶고 있네요.
속 마음을 잘 얘기하지 않는 아이
어젯밤, 양 옆에 남매를 끼고 자자~하면서 누웠어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고, 저는 잠이 들락말락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훌쩍거리는 소리가 귀에 딱 꽂히더라구요. 오른쪽에서 자던 첫째에게서 훌쩍이는 소리가 나서 봤더니 소리도 없이 울고있는게 아니겠어요;;
누워서 눈물을 툼벙툼벙 흘리고 있는 아이에게
"왜 그래? 속상한 일 있었어?" 하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이며
"내일 유치원 가면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다 못할 것 같아서..."
"유치원 가서 뭐 해야 해? 뭐가 할 일이 많아?"
대충 이런 저런 할 일이 많은데, 오늘 조금밖에 못해서 내일 가면 그걸 다 해야 하는데, 다 못할 것 같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을 줄줄 얘기해 주더라구요. 평소 유치원에서 뭐했는지 물어도 대답 잘 안하고 단답형인 아이인데, 그날 밤엔 아침에 등원하자마자 가방 정리하고 우유 먹고나서 ~ 이러면서 구체적으로 자신의 하루 일과를 얘기해주는 모습에 좀 놀랐어요. (이렇게 말을 빨리하면서 설명을 잘 하는지 처음 앎..) 아무튼, 내일 할 일을 다 못 할까봐 미리 걱정하는 모습에 또 너무 놀라서 눈물을 닦아주면서
"괜찮아. 오늘 그만큼 했다며~ 오늘 엄청 많이 한거네. 내일 다 채우려고 하지말고, 그만큼에서 정리해도 괜찮아. 내일 꼭 다 해야하는 게 아니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또 그 다음날 하면 되지. 잘 했어! 걱정하지 말고,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자자~."
고개를 끄덕끄덕 하고는 눈물닦고 다행히 바로 자기는 했는데, 내내 마음이 쓰이더라구요. 안 하던 얘기까지 하는걸 보니 애가 그날 할일을 다 못 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마음을 쓰고 있고, 어린 나이에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또 속상했구요. 한편으로는 성격이 벌써 나오네~ 나중에 초등학교 중학교 가서 어떡하나~ 벌써부터 미래가 심히 걱정되기도 했답니다.
마음속에서 갈등하던 한마디.
"선생님께 말씀들려서 오늘은 조금만 한다고 얘기해줄까?" 라는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밤에 고민하다 안 한 그 말을 등원 전까지 고민했어요. 스스로 해답을 찾아나가길 바라는 마음과 그래도 조금은 해결책을 제시해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다보니 그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등원차량 오기 직전에
"엄마가 선생님께 오늘은 조금만 한다고 말씀드려줄까?" 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라구요(안도의 한숨). 본인이 해결해보려고 하는구나 다행이다 했죠. 또 욕심부려서 유치원 가서 동동거리면서 할까봐 걱정했지만, 그 걱정은 내려두고 알아서 잘 하겠지 하는 믿는 마음으로 그냥 보냈어요.
다녀와서 오늘 할 일은 잘 했어? 하고 물으니 안그래도 선생님께서 약간 양 조절을 해 주신것 같더라구요. 선생님께 연락 안 해도 알아서 다 잘 해 주셨구나 했어요. 다행히 그렇게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 아이가 내일을 걱정하는 모습이 새삼 저에게는 놀라운 일 중 하나였고, 또 한번 컸구나를 느끼게 한 에피소드 중 하나였어요.
그 순간순간에 얘기를 잘 해주고 싶은데, 내가 해 준 얘기가 아이에게 잘 전달이 되었을까? 내 의도가 파악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예요. 더 잘 이해가 되도록 얘기해주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을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이번에도 뭔가 그 마음을 헤아려주고 더 안심시켜서 재우고 싶었는데, 저도 비몽사몽간에 얘기하고 잔터라 다음 날 아침에 조금 아쉽더라구요. 더 얘기를 잘 해줄껄, 내 말을 이해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죠..
육아가 쉽지 않지만, 이럴 때는 정말 쉽지 않다를 느껴요. 아주 어린 아이 키우는 것보다는 좀 더 복잡 미묘하다고 해야 할까요? 더 큰 아이 다루는 일은 오죽하겠냐마는 벌써부터 저의 마음에 혼돈을 주는 이런 에피소드가 벌써부터 찾아오고 있다는 사실에 한번 더 마음을 다잡고 있는 중입니다. 앞으로 이런 예기치 못한 일들이 더 많겠지.. 그럴 때는 의연하게 더 대처를 잘 해야하지! 하고 생각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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