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나 딸이나 모두 한눈팔면 사고 치지만,
역시나 남아는 눈 깜박하면 사고가 발생하는 건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어제 저녁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7살이라 요즘 유치원에서 숙제로 책 한 권 읽고 제목을 써 오면
선생님이 칭찬 스티커를 하나 붙여주는 독서 통장을 하고 있는 첫째 아들.
그걸 매일 미루지 않고 하는 모습이 기특하지만, 가끔 저녁 다 먹고 나서도 잊어먹고 놀 때가 있어요.
어제도 잠 자기 전에 양치할까 하다가 독서통장을 아이가 꺼냈던 걸 본 기억이 없어서 무심히 "독서 통장 오늘 했니?"라고 물었지요.
자기 방에서 열심히 카봇 가지고 놀고 있던 아이가 아차! 하고 생각이 났는지 "아, 맞다! 아니요" 하고는 헐레벌떡 거실로 나오려는 소리가 나더니 뜬금없이 꽝 하는 어딘가에 크게 부딛치는 소리가 나더라구요.
둘째와 거실에서 간식을 먹고 있던 저는 일부러 반응하지도 않고 계속 둘째하고 얘기하면서 간식을 먹고 있었어요. 그랬더니 혼자서 울음을 삭히는 소리가 들리며 거실로 걸어오는 소리가 나고, 역시나 이마를 부여잡고 오더라구요.
그러고선 눈물을 툼벙툼벙 흘리며,
"아, 아파ㅜ"
"(굉장히 태연하게) 어디에 부딛쳤어?"
"나올려고 하다가 방 문에.. 근데 너무 아파요"
그러고 가린 손을 떼고 보니 이마 한가운데에 일자로 피멍이 들어있고, 그 짧은 시간에 엄지손가락 두께만큼 부어서는 왔더라구요.
진짜 조금만 더 크게 부딛혔으면 찢어져서 피가 철철 흘렀을 정도로 심하게 부은 모습을 보니 순간 저도 평정심을 잃고 인상이 찌그러지면서 아이고... 그래서 엄마가 항상 조심하라고 했잖아... 라는 말밖에 안 나오더라구요;;
그랬더니 그제서야
"엄마, 너무 아파요. 피는 안나는데 피가 나는 것처럼 아파요.ㅜ"
이러면서 울더라구요.
어찌나 황당하고 속상하던지 계속 그 부은 이마를 쳐다보면서..
"아프지? 너 좀만 더 심하게 부딛혔으면 진짜 찢어져서 이 밤에 응급실 갈뻔한거야. 진짜 조심해야해. 너무 아프겠다.. 지금은 이만큼 부어 있는데, 자고 일어나면 반은 가라앉아있고, 또 안 아플거야. 오늘은 너무 아프니까 쉬어야 해. 누워서 쉬면 안 아파질거야. 빨리 양치하고 들어가서 누워서 자자."
어른도 저만큼 부으면 머리가 띵하고 울릴정도로 아플텐데
또 금방 양치하고 들어가는 아이를 보니
괜찮아~!라고 말한게 뭔가 좀 미안해지더라구요.
맘껏 아프다는 표현도 못 하게 한것 같아서? 좀 그런 느낌...
자기 전에 부은 이마에 마데카솔을 잔뜩 발라줬어요.
집에 있는 어떤 상처 부위에 바를만한 게 그것뿐이어서
일단 마데카솔을 발라줬는데, 다행히 다음날 아프지 않다고 얘기하네요.
아무튼 늘 조심하라고 얘기해도 조심하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엄마랍니다ㅜㅜ
이마 부은 걸 좀 찍어 놨어야 하는데, 어제는 사진 한 장 없네요ㅎㅎ
그래도 하루 자고 일어나니 거의 가라앉아서 오늘 아침에도 멍 든 부위에 마데카솔만 발라줬어요.
마데카솔이 생각보다 유용한게, 상처났을 때도 바르지만, 화상을 입었을 때도 발라주면 열감이나 통증이 가라앉는 효과도 있어요. 멍든곳에도 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 발라줬는데, 다행히 오늘 붓기도 거의 가라앉았더라구요.
아무튼, 넘어지거나 다쳤을 때 확실히 엄마가 호들갑 떨지 않으면 아이는 심적으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다치자마자 제가 막 뛰어가서 애 붙잡고 호들갑 떨었으면 아마 아이는 아프다며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울고불고 했겠죠? 그러지 않고 기다렸다가 아이의 반응을 보고, 상태를 보고 이 정도였으니 다행이야 라는 얘길 해 주면서 내일이면 괜찮아질거야 라는 말로 안심시켜주니 아이도 별 반응이 없이 잘 자 주었던 하루였어요.
그치만! 찢어지고 피가 났고 뭐 그랬으면 저도 의연하진 못했겠지만요;; 정말 그만하니 다행이었다......
아들아, 늘 조심하자 제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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