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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9 (금) -1℃/8℃ 준이 태어난지 568일째,

친정엄마가 오늘부로 은퇴를 하신다.

한달만 더, 한달만 더 하시길래 12월까지는 일을 하실 줄 알았는데, 갑작스럽게 정리하신다고 하니 내가 더 시원섭섭한 마음이 자꾸 든다. 우리 세 남매를 키우느라 시부모님 모시느라 20대에는 당연히 살림을 하는 건줄로만 알았고, 30대가 되어서 가계가 자꾸 빵꾸가 나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뭐라도 하자는 마음이셨다는 엄마. 처음엔 신발가게, 가게 하며 동네 아주머니들과 하던 부업, 아빠가 극구 반대했던 보험사를 거쳐 17년 전부터 다닌 회사.

나름 잘 나갔던 시간들이 있으셨고, 돈을 잘 벌고 잘 쓰던 시절도 있었다는 걸 기억한다. (돈은 그래서 지금도 잘 쓰신다;;;;) 스스로 직업에 당당하셨으며, 바깥일을 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하루하루 바쁘게 사셨던 엄마였다. 전업주부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만큼 활동적이었고, 사람들 만나는 것을 즐거워 하셨기 때문에 나는 우리 엄마가 계속 오랫동안 일을 하셨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만큼 엄마는 엄마로서 뿐만이 아니라 회사인으로서 일을 잘 하셨기 때문에 지금의 그만둔다는 말이 나에게는 더욱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엄마가 일을 그만둔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구안와사'라는 병이 와서이다. 그 전에도 무릎도 아프기도 하고 갑상선 수술도 하셨지만, 일을 그만둔다는 생각을 그렇게 입 밖으로 진심을 담아 하신적이 없었는데, 1년전 갑작스럽게 찾아온 구안와사로 인해 잠정적으로 일을 쉬면서 많은 생각을 하신 듯 하다. 그래도 몇 년은 더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셨었는데, 이제는 편안한 삶을 살고 싶으신 것도 같다. 물론 그만큼 자식들이 느끼는 부담은 당연히 있겠지만, 엄마가 결정한 것을 존중하고, 새 삶을 응원하고 싶다.

 

진심으로 우리 엄마, 그 동안 수고하셨고, 자식들 키우며 일 하시는 모습이 멋졌다고. 커리어우먼인 엄마를 보면서 내가 내 삶을 주체적으로 끌고 갈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항상 가족을 위해 일을 하셨으니 앞으로는 엄마의 인생을 살아가 달라고 말을 하지만, 엄마는 또 다시 시간 될 때마다 손주를 보시며 거기서 기쁨을 찾으시겠지. 그래도, 이제는 엄마가 뭔가를 한다면 하고 싶은 만큼만 하시면서 좀 더 여유로운 나날들을 보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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