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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1 (일) 3℃/7℃ 비  준이 태어난지 18개월 21일

주말에 1박 2일로 모임이 있었다.

세 부부 모임이고, 한 집에는 준이와 생년월일이 딱 2주 차이 나는 동갑 여자아기가 있는 집이라 더욱 공감대 형성이 되는 모임이기도 하다. 거의 2달에 한번씩 만나는데, 만날 때마다 할 얘기가 넘쳐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잘 놀아주어 만남이 기다려지는 모임이다. 세커플, 6명이 모두 동갑이라는 점이 우리를 더욱 가깝게 만들어 준 이유이기도 하고, 남편 고등학교 친한 친구들이어서 그 전에도 가깝게 지내서 스스럼 없이 모임이 결성되었다는 것도 우리가 이렇게 곗돈까지 넣어가면서 모이게 된 이유이기도하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1박2일은 신혼부부인 친구부부집에서 놀았는데, 아무래도 아이가 없는 집이라 짐을 다 들고 가서 짐이 많긴 했지만, 준이도 친구네 아이도 잘 놀아주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는 늘 재미있고 스스럼없다. 내 행동이 껄끄럽지 않고, 어떤 주제로도 웃고 떠들 수 있으며, 육아얘기, 사는 얘기, 일 얘기 무엇이든 경청해 줄 친구들이기에 만나고 난 후에도 너무나도 마음이 좋다. 대신 할 얘기가 많아 새벽까지 웃고 떠드는 통에 다음날 다들 피곤해하고 그 여파가 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

만날때마다 괜히 고생하지 말라며 음식하는 것 보다는 시켜먹자는 위주라 더욱 편하고, 어른이 많아서 아이 보기도 수월한 면이 있다. 다들 성격이 비슷하고 사는 것도 비슷해 공감대 형성이 잘 되는 친구들이라 만남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주기적으로 여행을 가도 좋은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 아닐까?

대신 준이와 친구인 여자아이는 굉장히 눈치가 빠르고 약아서 준이가 뭘 가지고 놀고 있으면 옆에 와서 관심을 보이다가 본인이 가져가서 놀고, 먹는 것도 먼저 가져가는 경향이 있어서 준이가 빼앗기는 상황이 여러번 발생했었다. 아직 어린아이라 잘 모르겠지 하고 넘겼는데, 준이 나름대로는 계속 한 공간에 같이 있으면서 은근 스트레스였나보다. 집에 가자고 했더니 엄청 좋아하면서 윗옷을 입고 양말을 신겼는데, 좀 더 있다 갈까 하는 마음에 '좀 더 있다 갈까?' 하며 내가 입고 있던 패딩을 벗으니 막 울면서 주저앉는다... 안 되겠다 싶어 바로 챙겨입고 차타고 집으로 왔는데, 집에 다 와서 주차장에서부터 신나서 집에 들어가더니 집에 들어가자마자 엄청 신나서 놀더라,.. 그 모습을 보고 아, 저 조그만 아이도 분위기를 다 알고 느끼는구나, 보이지 않았지만 스트레스를 받았었구나.. 하는 생각에 좀 놀았다. 그리고 좀 마음이 속상했다. 저 아이의 기질이 그렇구나.. 알고 있었지만, 본인도 그것을 알고 있다 생각하니 아이가 받을 스트레스와 상처가 와 닿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우리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아이는 부모의 모습을 닮는다고 하는데, 우리 준이 이전에 우리가 예전에 저랬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낯을 많이 가렸고, 발표하는 것도 손드는 것도 부끄러워 자발적으로 손을 들어본 적도 없는 나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기질이 준이의 기질이겠구나 한다. 이제 준이의 앞으로의 성격은 나의 태도와 행동에 의해 결정되겠지. 나도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충분히 변할 수 있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준이도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좋은 친구들이 주변에 많아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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